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13개 고교 중 8곳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애초 교육계에서 예상한 것보다 큰 규모다. 탈락한 자사고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교육부 동의 절차가 남아 있어 자사고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9일 “자사고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운영 성과를 심의한 결과 평가 대상 13곳 중 8곳은 지정 목정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 청문 등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된 학교는 경희고(동대문구) 배재고(강동구) 세화고(서초구) 숭문고(마포구) 신일고(강북구) 이대부고(서대문구) 중앙고(종로구) 한대부고(성동구)다. 이들 학교는 평가 기준점수 70점에 미달했다.
동성고(종로구) 이화여고(중구) 중동고(강남구) 한가람고(양천구) 하나고(은평구) 등 5곳은 자사고 지위를 인정받았다. 인천의 인천포스코고도 이날 인천교육청의 ‘기준점수 70점 초과’ 결과 발표에 따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서울교육청은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학교별로 어떤 부분이 탈락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앞으로 평가 점수가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서울교육청은 감사 지적사항 등 감점 항목은 탈락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탈락한 8곳은) 자사고 지정 목적인 학교 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비교적 많은 감점을 받았다”며 “자사고 측에서 제기한 감사 관련 감점 항목은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번 운영평가가 경쟁 위주의 고교 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계가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자사고들은 “각본에 짜맞춘 평가”라며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과 인천교육청의 발표로 올해 교육청별 자사고 재지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번에 재지정 평가를 받은 학교는 모두 24곳이다. 서울 지역 13곳, 서울 외 지역 11곳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 탈락한 학교는 전북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 경기도 안산동산고 3곳이고 서울에서만 8곳이 탈락했다.
결국 이명박정부에서 우후죽순 생긴 서울 자사고들이 타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가) 서울에서 이명박정부 당시 너무나 급속히 늘어났고 우수 학생이 집중돼 고교가 서열화됐다. 교육 시스템이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도 “자사고 폐지는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교육감과 다른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수정해 일반고 일괄 전환을 주장한다.
유 부총리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서울교육청이 탈락시킨 자사고들은 대부분 교육부의 ‘동의’로 탈락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락한 8곳 가운데 7곳은 이미 2014년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60점 미만 점수를 받았다.
이도경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