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많이 들었어. 내가 자꾸 불러서 피곤할까봐 눕혀 놨지.”
AI(인공지능) 스피커가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말벗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낙상 등 긴급 상황에서 음성만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독거노인 1150명이 자사 AI 스피커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결과를 분석, 9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독거노인들은 ‘외롭다, 심심하다’ 등의 감정이 섞인 ‘감성대화’의 비중이 13.5%로 일반인(4.1%)보다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이 결과에 대해 “독거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I 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독거노인들의 서비스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가 뒤를 이었다.
독거노인을 포함한 전체 사용자의 사용 비중이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순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감성대화’의 비중이 확연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거노인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비중도 전체 사용자보다 월등히 높았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어르신들이 특히 찬송가 등 종교 관련 음원을 들으며 고독감을 해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향후 감정 관련 키워드를 추출해 독거노인들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고, 재단법인 ‘행복한 에코폰’의 전문 심리 상담사와 연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협의를 거쳐 지역 보건소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올가을부터 다양한 부류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헬스케어를 접목한 돌봄 서비스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 구조한 사례도 있었다. SK텔레콤은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독거노인 중 3명이 ‘긴급 SOS 호출’을 이용, 실제로 119구조대나 병원 응급실과 연계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자사 AI 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에게 자동으로 알려준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