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기 위해 9일 출국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미 간 막바지 전략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실무협상이 이달 중순쯤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무협상 시점에 대해 “판문점(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 2주 내지 3주 내에 한다고 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월 중순 얘기를 했다”며 “그때쯤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협상 장소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판문점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난 1월 실무협상이 이뤄진 스웨덴 스톡홀름이 다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본부장은 오는 1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비건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간 역사적인 3자 회동이 있었고, 이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됐다고 생각한다”며 “(비건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전시킬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건 대표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그를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고 많은 합의가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추가할 것은 없는지, 또 고쳐야 할 것은 없는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동에선 조만간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 어떤 의제를 올릴지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건 대표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직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과 이를 기점으로 한 비핵화 로드맵에 관한 한·미 간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되는 대북 인도적 지원,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경제협력 재개 방안 등도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1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때처럼 이번에 베를린에서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비건 대표의 유럽(벨기에·독일) 방문 기간 중 북측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한국 언론 질의에 “북측 관계자와의 만남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