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영화 ‘라이온 킹’은 올해 디즈니 라인업 가운데 단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1994년에 나온 동명 애니메이션은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1997년 뮤지컬로도 제작돼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는 최첨단 CG 기술을 적용해 현실과 같은 화면을 구현해냈다. 내용은 원작 그대로다. 왕국의 후계자인 어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아픔을 딛고 진정한 자아와 왕좌를 찾아가는 모험기를 그린다. 비욘세, 도널드 글로버, 빌리 아이크너, 치웨텔 에지오포 등 스타들이 더빙을 맡아 한층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라이온 킹’이 무리 없이 스크린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영화는 ‘가짓수’로 승부한다. 사극부터 오컬트, 재난 액션, 근현대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향연이 펼쳐진다.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관록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중견 배우들부터 차세대 충무로를 이끌 스타 배우들까지 두루 포진해, 관객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연기한 ‘나랏말싸미’(조철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는 24일 출격한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 유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든 세종의 애민 정신이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전한다. 세종의 신념에 공감해 그를 돕는 신미 역은 박해일이 맡았다.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전미선의 유작이기도 한데, 극 중 그는 세종의 아내이자 현명한 여장부였던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31일에는 ‘엑시트’(이상근·CJ엔터테인먼트)와 ‘사자’(김주환·롯데엔터테인먼트)가 나란히 공개된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주연한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 탈출 액션물. 박서준과 안성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물이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주연의 ‘봉오동 전투’(원신연·쇼박스)는 다음 달 개봉해 여름 시즌 막바지 흥행 경쟁에 합류한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치열하고도 처절했던 당시 상황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다. 승리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영화적 의미와 더불어 전쟁 영화로서의 스펙터클을 함께 선사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