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양정철 2번 만나… 총선출마 제안 거절”

입력 2019-07-09 04:01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여권 실세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사실을 시인한 윤 후보자는 “정치권에 연계된 분이기 때문에 저도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며 “총장으로 취임한다면 부적절한 것은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3~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에게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윤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자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양 원장을 20대 총선 전인 2015년과 올해 2월 두 차례 만났다고 털어놨다. 윤 후보자는 “처음 만난 건 2015년 대구고검에 근무하던 시절 가까운 선배가 주말에 서울 오면 얼굴을 한번 보자고 해서 갔더니 양 원장이 있었다”며 “나는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에도 (양 원장이) 몇 차례 전화해 ‘다시 생각해볼 수 없느냐’고 했는데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가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양 원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시인하자 야당에서는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개입 문제도 청문회 쟁점이었다. 야당 의원 대부분이 질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후보자와) 골프도 몇 번 쳤고 식사도 했던 윤우진이 드디어 뇌물로 수사를 받는데 압수수색영장이 여섯 번 기각됐다”며 “친동생이 윤대진 검사가 아니고, 윤 후보자와도 골프 친 사실 없이 그냥 세무서장이었으면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까지 기각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 후보자는 “의원님 중에 검사 출신도 많지만 사건 이야기는 나눠봐야 별 의미가 없다. 윤대진 검사와 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편할 수 있고, 깊이 있게 이야기한 적도 없다”며 “(수사라인에 부탁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사건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재직 중에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한 이 변호사와 윤 전 세무서장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정치적 중립에 있어서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된다”며 고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발인식 영상을 틀었다. 윤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 전 검사는 이명박정부 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던 중 투신했다. 윤 후보자는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달 동안 앓아누울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 후보자를 향해 ‘대통령에게 충성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검찰총장으로서의 적격성보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서울지검장으로서 활약한 내용을 보면 본인을 발탁한 데 대해 대통령한테 굉장히 고마워하고 충성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고마워할 필요 없다. 임명되는 순간 잊어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후보자는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