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해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better be careful)”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란이 종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규정한 우라늄 농축 한도(3.67%)를 넘기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정면충돌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카드’까지 꺼내들지 여부가 최대 변수다. 미국과 이란 모두 상대방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아주 많은, 나쁜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은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거나 “그들은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을 주어를 바꿔가며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하는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며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으니 자제하라는 경고로 해석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의 최근 핵 프로그램 확대는 추가적인 고립과 제재들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여러 나라들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이란 핵 프로그램의 농축 금지 기준을 복원해야 한다”면서 “핵무기로 무장된 이란 정권은 세계에 더 큰 위험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라늄 농축 한도 초과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로 일단 대응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돈줄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제재 조치는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단행된 것이었다. 우라늄 농축 한도 초과에 대해선 다른 제재로 이란을 압박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다. 미국은 미군 무인기 격추와 우라늄 농축 한도 초과라는 이란의 연이은 초강수가 레드라인을 넘은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데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한도 초과 방침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일엔 “그 위협들을 조심하라, 이란”이라며 “그것들은 당신을 물기 위해 돌아갈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란의 행동이 부메랑으로 돼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미국과 이란이 강경 일변도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긴장이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양측을 협상장으로 이끌 만한 특별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란 내부에서 반미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란이 경계선을 넘는 도발을 계속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정밀 폭격과 같은 보복 타격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달리 이란에 대해선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