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사진)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만 경찰과의 관계가 수직적·일방적 지휘가 아닌 대등한 협력이어야 하며, 그래야 궁극적인 범죄 대응 능력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범죄 대응이라는 실질적 관점에 기반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소신을 드러낸 것이다.
윤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은 소추 기능”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경찰이 수사했을 때 검사와 의견이 다르면 기소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소추권자의 의견이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사지휘라는 건 검·경의 커뮤니케이션인데, 지휘라는 개념보다는 상호협력 관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을 검·경 간 권한 다툼보다는 ‘무엇이 더 효율적인 대응체계인가’ 하는 문제로 접근했다. 그는 “수직적 개념의 지휘체계를 가진 독일, 프랑스보다 상호 대등 협력 문화를 가진 미국의 형사법 집행 역량이 범죄대응 능력 차원에서 훨씬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수사종결 문제에 대해서도 “중요한 사건은 검·경이 같이 열심히 들여다보고, 별것 아닌 사건은 (경찰이) 종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부 검사들의 과로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경찰에게 역할을 일부 분담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라는 개혁 방안에 동의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반부패 대응 역량이 강화된다면 직접 수사를 꼭 검찰이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결국 부패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도 말했다. 마약수사청이나 조세범죄수사청 등에 대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국회에서 거의 성안(成案)된 법들을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모두발언에서는 “정치적 사건과 선거 사건에 있어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겠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윤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3년 선배인 박정식(58·20기) 서울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