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한국가족보건협회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1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단상과 통로를 가득 채우고 “국회가 내년까지 낙태죄 관련 법안을 더 엄격하게 제정해 태아살해 행위를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배정순 프로라이프 여성회 대표는 “미국은 2013년부터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박동이 측정되면 낙태를 금지하는 태아심박동법을 주별로 제정하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에선 ‘동물권’ ‘동물복지’까지 이야기하면서 유독 배 속의 생명체인 태아는 죽이자고 한다. 이는 상담 및 숙려기간, 양육비 지원 등을 통해 태아를 보호하려는 독일 프랑스 등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낙태 찬성 측은 수술의 범위확대는 물론 낙태약까지 도입하자고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의사, 수술실 없이도 제한 없이 낙태수술이 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출산하는 기계처럼 폄하하는데 여성이 아이를 갖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이는 여성차별이 아니라 성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산부인과 전문의가 나와 낙태수술의 의료적 문제점과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홍순철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헌재는 낙태 허용 범위를 22주 이내로 하고 2020년 12월까지 대체법안을 제정하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태아는 10주만 넘겨도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가지며, 통증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장애인 차별금지를 막겠다며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정당에선 장애를 지닌 배 속의 태아를 죽이자는 법안을 발의했다”면서 “어떤 이유로도 태아 기형에 따른 낙태,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본인 의사에 따른 낙태를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법안에선 낙태 전 숙려기간과 상담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낙태수술 기관을 지정해 생명을 살리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의사의 정체성에 혼란을 줘선 안 된다”면서 “임신·출산 전 진찰비, 분만 관련 수가 증가로 임신 유지에 대해 보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장도 “사산아수술과 달리 낙태수술에선 산모가 태아를 끝까지 잡고 있다”면서 “헌재가 제시한 임신 22주 이내의 낙태수술은 조산수술에 가까울 정도로 태아는 물론 산모에게도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차 회장은 “낙태수술의 의료보험 급여화로 낙태수술이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버리게 하고 태아심박동법을 제정해 태아의 생명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 책임이 있는 남성에게 의무를 지우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영일 자유와인권연구소장은 “낙태 결정 과정에서 부친 등 제3자가 태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만약 반대할 경우 부친이 출산·양육 부담을 지게 하고 이를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