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한목소리로 강조했지만, 구체적 대응 방식을 두고는 이견을 보이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다만 이달 중 국회 차원의 방일단을 파견하고 경제보복 철회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에는 뜻을 같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없다’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지난번 성사되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재차 제안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문제와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과 관련해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모여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상황을 공유하고 초당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정부 비판에만 주력하는 야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제(7일) 한국당이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시종일관 정부만 성토했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하게 됐는데,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발을 걸어서야 되겠느냐”며 “백태클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재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본 경제보복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의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고 향후 예상되는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이 외교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에서 부랴부랴 특위를 만든다고 하는데 의병을 일으키자는 식의 감정적인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연 이 시점에서 국민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여당이 초강경 대응책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반일 감정을 부추기며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 초당적 국회 방일단 파견과 경제보복 철회 결의안 채택에 합의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의장은 날로 심각해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초당적인 방일단 파견을 제안했다”며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견 없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달 중 방일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도 오는 18일 혹은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원내대표들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이번 주 중 가동하기로 했다. 나 원내대표는 “예결위 활동 시작은 국회 정상화가 됐다는 의미”라며 ”예결위가 시작되면 결국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고 처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과 경제원탁토론회의, 북한 목선 귀순 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관련해서는 입장 차만 확인했다.
나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주평화당까지도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의사일정 합의에서 (국정조사가) 전제조건으로 연계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추경 처리의 최종 시한을 정하고 경제원탁토론회의도 서로 상응하게 진행하자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매주 정례 회동을 하기로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