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에… 국내 증시 곤두박질

입력 2019-07-08 19:21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8일 서울 중구 본점 딜링룸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떨어지면서 한 달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11.6원이나 급등했다. 윤성호 기자

미국이 ‘돈 풀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이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고꾸라졌다. 미국 경기지표 호조세로 ‘달러 강세’ 흐름이 돌아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로 껑충 뛰었다.

8일 코스피지수는 46.42포인트(2.20%) 내린 2064.17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월 말(2041.74)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25.45포인트(3.67%) 내린 668.72로 마감했다. 지난 10월 29일 ‘검은 10월’ 당시의 낙폭(-5.03%)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크게 꺾였다.

국내 증시가 된서리를 맞은 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신규고용은 22만4000건으로 시장 예상치(16만5000건)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지난 주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8.66bp(1bp=0.01%p)나 오른 2.0367%에 거래를 마쳤다. 고용 등 경기 지표가 좋은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에 기준금리를 50bp까지 낮추기 어렵다는 인식이 채권시장에 확산되면서다. 여기에 이번 주 열릴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사라지고,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점 등이 국내 증시 매력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건 최근 한국 증시가 ‘호재’에는 지지부진하다가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로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증시가 3% 안팎으로 상승할 때도 코스피지수는 되레 21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다른 나라 증시가 상승세를 탈 때 같이 오르지 못하다가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 빠르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수출 지표나 기업 실적, 소비 지표 등 기본적 펀더멘덜(기초체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 미·중 무역분쟁 추이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