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美 유학생 비자 취소 늘어 발동동

입력 2019-07-09 04:05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들이 비자 취소 우려 때문에 발이 묶이고 현지 취업도 어려워져 유학 후 귀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미국이 지난달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추가 부과함에 따라 직격탄을 맞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등 중국 측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교육·관광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이공계(STEM) 분야 중국인 학생과 연구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했다.

미국 대학의 화학공학 박사과정에 있는 왕보는 “무역전쟁이 격화한 이후 STEM 분야에 있는 친구 가운데 누구도 5년짜리 F1 학생 비자를 받지 못했다”며 “나도 예전에 2주면 충분했던 비자 갱신에 한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춘제 때 중국에 갔던 선배는 여권을 돌려받지 못했고, 학부모들이 신청한 미국 관광비자도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며 “휴가때도 (비자 취소 우려 때문에) 중국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미국 대학에서 일하는 중국인 정모씨는 “봄부터 중국 유학생에 대한 미국 비자 거부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학교에 지원한 중국 학생 15명 가운데 8명이 탈락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약 110만명의 유학생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인 유학생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가 선발한 미국행 국비유학생 1만313명 가운데 3.2%인 331명이 비자를 거부당했으나 올해 1~3월에는 선발된 1353명 가운데 13.5%인 182명이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미국 비자 거부율이 4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취업비자(H1B)를 받는 것도 어려워져 중국인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중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수출전진기지 광둥성은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로 가구업체들까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미국에 연간 20억 위안(3400억원) 규모를 수출하는 하이닝 멍누그룹의 장샤오쥔 영업부장은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회사에 관세는 치명적”이라며 “중국 가구업체들은 지금 죽느냐 샤느냐의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중국 가구업체들은 가격을 10%만 낮춰도 적자를 본다”며 “25% 관세 부과는 중국 가구회사들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중국 전국가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가구업체들은 생산량의 10% 정도인 700억 위안(약 12조원)어치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의 관세 부과로 광둥에 있는 수십개의 가구 제조업체들이 문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