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파문 이어… 인천시민들, 이번엔 발암물질 공포

입력 2019-07-08 04:09
붉은 수돗물 피해지역서 소화전 수돗물 검사. 연합뉴스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이번엔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비린내·곰팡이 냄새까지 나면서 악화일로를 치닫는 양상이다. 노후된 수도관뿐 아니라 취수원과 정화시설 모두 심각하게 오염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인천 서구의 각급 학교 3곳 수돗물에서 먹는물 수질기준(ℓ당 0.1㎎)을 초과하는 양의 총 트리할로메탄(THMs)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7일 영종국제도시 영종복합청사에서 대책협의회를 열었다. 트리할로메탄은 물에 존재하는 부식질과 단백질, 조류부산물 등이 살균소독용으로 사용되는 염소와 반응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물의 산성도와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많이 만들어지는 일종의 식수 소독 부산물로, 사람의 체내에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는 인천 서구의 초·중·고 162개교에서 지난 1일 수돗물을 채쥐해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의 가좌중학교(0.141㎎/ℓ)와 부평정수장 급수구역 내 가좌초등학교(0.167㎎/ℓ) 가림고등학교(0.122㎎/ℓ)에서 기준치 이상의 총 트리할로메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는 공통적으로 수돗물을 받아 저장하는 저수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는 급히 이들 학교에 급수차를 보내고 생수를 제공했으며 문제의 저수조를 청소했으나, 환경부는 왜 기준치 이상의 총 트리할로메탄이 검출됐는지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민단체들은 시당국의 수돗물 행정 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환경부가 ‘1일 검사에선 기준치 이상이었지만, 2일 재검사에선 세 학교 모두 기준치 이내였다’고 했지만, 2일 검사도 가림고 0.099㎎/ℓ, 가좌초 0.054㎎/ℓ, 가좌중 0.06㎎/ℓ로 결코 안심하고 마실 수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부의 수질검사 발표에는 트리할로메탄이 기준치 이상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면서 “수질이 오염된 원인을 의혹 없이 밝혀내야 근본적인 대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 문제가 언제부터 계속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라며 관계당국의 수질검사 결과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지난 3년치 검사내역과 염소 주입 자료도 공개해야 하며, 인천의 모든 급수 말단지역에 대한 환경부와 인천시의 긴급 정밀 수질검사도 압박했다.

한편 인천시는 수돗물에서 불쾌한 비린내가 난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주 1회 시행하던 수질분석을 1일 1회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시당국은 이 냄새가 수온 상승과 마른 장마로 상수원인 팔당댐 상류에서 조류와 냄새 유발물질이 증식해 생긴 현상으로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 5월 30일부터 공촌정수장의 수돗물 공급 경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매뉴얼을 무시하는 바람에 유량·유속이 급증해 발생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인천 상수도사업본부는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다. 행안부는 전국 270개 지방공기업들의 2018년도 실적에 대한 경영평가를 이날 공개했다. 최하등급을 받은 지방공기업은 인천상수도사업본부 외에 경남개발공사 당진항만관광공사 장수한우지방공사 영평공사 청송사과유통공사 사천시설관리공단 등 7곳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