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판 황장엽’ 최덕신의 차남도 월북… “영구 거주 위해 평양왔다”

입력 2019-07-08 04:04
남한에서 외무부 장관, 주서독대사까지 지내다 월북한 최덕신의 차남 최인국씨가 지난 6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도착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씨가 북한에 영주하러 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최덕신(1989년 사망) 전 외무부 장관의 차남 최인국(72)씨가 북한에 영구 거주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대남 선전매체가 7일 보도했다. 정부는 최씨의 정확한 입북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류미영(2016년 사망) 전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아들 최인국 선생이 공화국에 영주하기 위해 7월 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류 전 위원장은 최 전 장관의 배우자로 두 사람은 1986년 4월 월북했다.

최씨는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선친의 유해가 있는 공화국에 영주하기 위해 왔다”며 “가문이 대대로 안겨 사는 품, 고마운 조국을 따르는 길이 곧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언을 지켜드리는 길이기에 늦게나마 공화국에 영주할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고 월북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 아버지 최덕신은 6·25전쟁 이후 월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남한판 황장엽’으로 통한다. 최덕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무부장(장관)과 임시의정원 법사위원장을 지낸 최동오의 아들이다. 그는 육군 1군단장과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지냈고, 1961~63년 대한민국 제9대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주서독 대사와 제7대 천도교 교령을 지냈다. 최씨 어머니 류 전 위원장 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겸 참모총장을 지낸 천도교 독립운동가 유동열의 수양딸이다.

하지만 최덕신은 주서독 대사 시절 박정희 정권과의 불화로 1976년 8월 미국행을 택했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방북을 거쳐 김일성 주석을 만난 뒤 월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에서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 위원장,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등을 맡는 등 고위직에 올랐다. 류 전 위원장도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고문과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등을 지냈다. 류 전 위원장은 2000년 8월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장으로 서울을 방문해 차남과 상봉하기도 했다.

최씨는 어머니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6년 11월과 사망 1주기인 2017년 11월, 지난해 11월 2주기 행사 참석차 북한을 찾았다. 통일부는 “(최씨가) 방북 관련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덕신은 2남3녀를 뒀는데, 장남은 얼마 전 독일에서 사망했고 세 딸은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부모의 월북 이후 줄곧 남한에서 살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