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비건 베를린서 회동… 북·미 실무협상 멍석깔기?

입력 2019-07-08 04:03
사진=연합뉴스·뉴시스

한국과 미국의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 수석대표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을 갖는다. 북·미 물밑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르면 이달 중순 유럽에서 개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스티븐 비건(오른쪽 사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벨기에 브뤼셀을, 10∼11일 독일 베를린을 각각 방문할 계획”이라며 “비건 대표는 유럽 당국자들과 이도훈(왼쪽)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도 7일 “이도훈 본부장이 9∼12일 베를린을 방문해 이나 레펠 독일 외무부 아태총국장과 비건 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미 외교 당국은 거의 동시에 북핵 수석대표 간 베를린 회동 사실을 밝혔으나 이들이 논의할 의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베를린 회동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물밑협상이 성과를 거둬 북·미가 최소한 실무협상을 유럽에서 개최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잠정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수석대표들이 베를린에서 북·미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장소와 시기, 의제들을 최종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회동을 마친 뒤 “2∼3주 내 북·미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말한 것과 이후 한·미 외교 당국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북·미 실무협상이 이달 중 유럽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장소로는 스웨덴이 거론됐으나 한·미 수석대표 회동 장소인 베를린과 비건 대표 방문지인 브뤼셀이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최근 북·미 관계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비건 대표가 브뤼셀이나 베를린에서 북측 대표를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를린에서 북한과의 접촉이 성사돼 남·북·미 3자 회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북측 실무협상 대표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 대북 인도적 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 조치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다 ‘플러스 알파’를 제시할 경우 미국이 전향적인 카드로 화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