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본국인 영국에 보낸 비밀 외교전문이 유출됐다. 대럭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서투르고(inept), 불안정하며(insecure), 무능력하다(incompetent)”고 혹평한 것까지 외부로 샜다.
CNN방송은 이번 비밀 외교전문 유출 사건이 미국과 영국 간의 ‘특별한 동맹 관계’에 상당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비밀 전문 유출을 둘러싸고 영국 내에선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영국 최고위 외교관인 대럭 대사는 2016년 1월부터 주미대사로 일하고 있다. 이번 비밀 전문 유출 사건은 영국의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비밀 전문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만들 민감한 내용이 많았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력이 불명예스럽게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빚을 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에 보고했다. 또 “최악의 상황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적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이 몰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럭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의 내분과 혼란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으나 대부분은 사실”이라는 비밀 전문도 보냈다. 그러면서 백악관 내부 갈등을 ‘칼싸움’에 비유했다.
대럭 대사는 이란 정책과 관련해 “일관성 없이 갈라진 행정부”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이란에 긴장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대럭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고장난 상태”라며 “이 행정부가 제대로 작용하고, 예측 가능하고, 내분을 수습하고, 외교적으로 유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도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믿을 만한 길’이 있다”면서 “그의 지지자는 대부분 백인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비밀 전문 유출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차기 영국 총리를 뽑는 보수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CNN은 지적했다.
유럽연합에서 오래 근무해 브렉시트 반대론자로 알려진 대럭 대사를 워싱턴에서 몰아내기 위해 영국 정부의 인사가 언론에 유출한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이번 비밀 전문 유출은 해로운 행동”이라면서도 “대사들의 견해가 반드시 영국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