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확대 땐 스마트 산업단지·공장 정책도 흔들

입력 2019-07-08 04:05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가 ‘혁신성장’에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 통제가 반도체 소재 등 현행 3종에서 더 많은 품목으로 확대되는 경우의 수가 걸림돌이다. 일본산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4대 신산업으로 분류한 스마트 산업단지·공장도 ‘만약의 경우’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산화율이 저조한 ‘센서’ 같은 핵심 부품의 수입선이 제한되면 그만큼 스마트 산단·공장의 보급이나 확대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한·일 갈등이 자칫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섰을 때 한국 경제를 위협할 만한 대표적 품목은 100개로 추려진다. 일본 정부가 앞서 발표한 핵심 소재 3종(포토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폴리이미드)도 여기에 들어간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3일 언급한 ‘롱 리스트’도 이에 속한다.

한국이 양국 국교 정상화 이후 54년째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이런 품목들과 무관하지 않다.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1965년 한·일 수교부터 지난해까지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6046억 달러(약 708조원)에 달한다. 국내 기술력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소재·부품을 일본산에 의존한 결과다.

문제는 한국이 새로운 먹거리로 꼽은 산업군 가운데 일본산 소재·부품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4대 신산업 중 스마트 산단·공장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산단·공장은 기존 제조업 시설에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인다. 기재부는 3분기 중에 ‘스마트 미래공장 고도화 로드맵’을 만들고 연말까지 ‘스마트 산단 시행계획’도 마련할 계획이다.

스마트 산단·공장은 제조업을 중심축에 놓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효율적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1189개 산단에 제조업 생산시설의 69%가 쏠려 있다. 전체 고용 인원의 절반 정도가 산단 입주기업에서 일하는 데다, 수출의 74%도 산단이 책임진다. 산단의 생산성을 높일수록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구조다.

그러나 스마트 산단·공장의 핵심인 센서 기술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스마트 산단·공장은 센서를 통해 수집·축적한 정보로 최적화하거나 생산 일정을 효율화한다. 센서의 국산화율은 평균 26.7%에 그친다. 그나마 국산화율이 높은 설비 제어 부문도 43.8%에 불과하다.

일본은 센서 분야에서 선진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4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커피전문기업 달콤커피를 방문해 체험한 기술력도 일본이 본류다. 달콤커피가 선보인 로봇 바리스타 ‘비트’의 센서 부품은 일본산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센서 수출에 제동을 걸면 정부의 스마트 산단·공장 정책은 흔들릴 수 있다.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당초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시장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관련 산업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