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가 장기 국면으로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수출 물량이 10%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은 0.6% 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실제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에 미칠 타격이 더 크기 때문에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통상당국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광공업 생산에서 반도체 비중은 10% 이상이다. 연관 산업까지 더하면 한국의 생산 활동에서 반도체 몫은 더욱 커진다. 반도체는 수출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1267억 달러·약 148조원)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893조원)의 7.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몸에 수출규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면 한국은 경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 규제 대상이라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KB증권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 국면에 접어들어 수출 물량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6%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의 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국가 목록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추가 소재·부품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4분기 이후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낙관론’을 펼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성장률을 수정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폴더블 스마트폰 등 차세대 제품이 일본의 제재 대상이다. 단기적으로 기존 제품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제재 범위가 넓어지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