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업투자 부진 지속… 대중 중간재 수출에 타격”

입력 2019-07-08 04:05

올 들어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 투자를 중심으로 중국의 고정자산투자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제조업 투자 증가세는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대중(對中)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 이정기 과장 등은 7일 ‘해외경제포커스’에서 2010년 이후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한 중국의 고정자산투자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5월 중국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6%다. 중국의 투자 재개 움직임은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 등 제조업 이외 투자 증가세 확대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이 중국 고정자산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각각 22.2%와 22.1%였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회복세를 더디게 만드는 건 제조업 투자 부진이다. 고정자산투자에서 가장 큰 30%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 투자는 올 들어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5월 증가율은 2.7%로 지난해 5월(9.5%)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컴퓨터·통신기기, 전자기기 등의 실적 악화가 뚜렷하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대외 조건이 악화하자 정책 파급 효과가 빠른 인프라 투자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등 중장기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용 채권의 연간 발행한도를 지난해 1조3500억 위안(229조8645억원)에서 올해 2조1500억 위안(366조805억원)으로 약 60% 늘리고 채권 발행 시기는 5월에서 1월로 당겼다.

한은 조사팀은 “제조업 투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협상타결을 통해 분쟁 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복귀되지 않는 이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첨단 분야 외국인투자 유치에 장기간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상위단계로 발전해가려는 중국의 중장기 성장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프라 중심의 투자 확대 정책이 비효율적 자원배분과 부채비율 상승 등 중국 경제의 잠재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 조사팀은 “인프라 투자 중심 단기 성장전략은 철강 등 건설자재 관련 한국 기업의 수출 증가에 기여하겠지만 제조업 투자 및 생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 대중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관련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