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내놔라, 안에선 지켜라… 윤의 ‘수사권 딜레마’

입력 2019-07-08 04:07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사진)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해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라며 “공직자로서 국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민의 권익과 직결돼 한 치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민적 검찰 개혁 요구에 순응하면서도 조직 내부 반발을 고려한 원론적 답변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검찰의 본질적 역할은 사법경찰의 수사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여 왔다.

경찰 수사지휘를 전담하는 검사들은 “수사지휘란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고 말해 왔다. 지휘가 소홀하면 피해를 국민이 입는다는 게 형사부 검사들의 입장이다. 진정 개혁할 부분은 형사사건이 아닌 특수·공안 사건의 처리 과정이라는 여론도 상당하다.


윤 후보자는 검사장 역할을 맡은 뒤부터는 검찰 개혁 요구에 공감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자주 해 왔다. 2017년 국정감사 때는 “국회가 논의해 내려준 틀을 갖고 수사하면 된다” “선수가 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안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자가 끝내 검찰 내부의 기류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7일 “윤 후보자는 결국 후배들 입장에 서온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가 후배들의 의견에 어떻게 반대하겠느냐”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결국 8일 열릴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윤 후보자가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양보’를 제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는 검찰권 일부를 내놓으라고 하고 내부에서는 지키라고 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자의 고민이 서면답변에도 그대로 담긴 셈이다.

구자창 허경구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