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개월 연속 ‘경기 부진’을 언급했다. 한국 경제의 수요와 생산 모두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KDI는 그나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에도 불안한 모습이 있다고 평가했다. 소매판매 증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견인하고 있고, 서비스업 생산도 보건·사회복지업 외에는 증가세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KDI는 ‘7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둔화가 다소 완화되었으나 투자와 수출은 위축되며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매달 경제동향을 발표하는 KDI가 4개월 연속 총평에 ‘경기 부진’을 언급한 것이다.
우려의 배경에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있다. 최근 수출 실적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 둔화,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내수 또한 경제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수출 침체와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에 설비투자는 지난 5월 전월 대비 -8.2%, 전년 대비 -11.5% 줄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나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표는 소비와 서비스업이다. 소매판매는 지난 5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4% 각각 늘었다. 전월 대비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3개월(3~5월) 연속 전월 대비,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KDI는 두 지표도 불안한 모습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5월 소매판매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증가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종별로는 면세점과 백화점이 전년 대비 각각 28.2%, 4.7%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비내구재는 화장품(12.8%), 준내구재는 의복(6.0%), 내구재는 가전제품(3.4%)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KDI는 서비스업 생산도 보건업 및 사회복지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보건·사회복지업 생산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하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를 견인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