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자녀 부양·부채 상환까지… 낀세대 5060 등골 휜다

입력 2019-07-08 04:05

대기업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A씨(55)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30년 가까이 일한 회사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60세지만, 최근 명예퇴직을 하는 동료들이 부쩍 늘었다. 대학생 아들과 취업준비생 딸이 결혼할 때까지 회사를 다니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씨는 “언제 퇴직할지, 회사 나가면 무얼 할지 최대 고민”이라며 “그동안 잘 살지는 못해도 어렵지 않게 살았는데 노후 준비와 자녀 부양을 어떻게 다 해결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눈앞에 둔 5060세대가 노후 준비, 자녀 부양, 부채 상환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화생명이 고객 약 500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7일 발표한 ‘5060라이프트렌드’에 따르면 5060세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저축과 부채 상환 금액이 많았다. 건강 악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도 컸다. 청년실업, 만혼 추세 등이 더해지며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담도 늘고 있다.


한화생명의 월평균 납입 보험료 분석 결과를 보면 5060세대의 저축보험 지출은 49만4000원으로 3040세대(35만4000원)보다 14만원 많다. 소득 대비 납입비율은 3040세대가 5.4%에 그친 데 비해 5060세대는 6.7%나 됐다. 중장년층이 버는 돈 대비 저축하는 비율이 더 높은 셈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5060세대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060세대의 부채 상환 ‘짐’도 무겁다. 2017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 평균 부채는 50대(8469만원)가 가장 많다. 이어 40대(8173만원), 60대(7353만원) 순이다. 특히 5년 전(2012년)과 비교해 60대의 부채 증가율(54.1%)이 다른 연령대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의료비는 처진 어깨를 더 짓누른다. 한화생명의 평균 실손보험금 지급 현황을 보면 5060세대의 지급 보험금은 2013년 77만7000원에서 지난해 94만5000원으로 21.6% 증가했다. 입원은 5년 전 130만원 대비 177만원으로 36.2% 늘었고, 통원은 27만4000원 대비 46.9% 증가한 40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5060세대의 ‘금융 자세’는 모범생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보험계약대출 계약을 분석했더니 20~40대는 65.7%가 연체 경험이 있는 반면 5060세대는 52.0%에 그쳤다. 신용대출 연체 비율도 20~40대는 55.6%였으나 5060세대는 27.6%에 불과했다. 평균 연체기간도 20대는 2.54개월인 반면 50대는 0.43개월, 60대는 0.39개월이었다.

온갖 부담에 시달리면서도 5060세대는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2017년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50대는 73%였으나, 2017년에는 80%로 늘었다. 60대의 경우 53%에서 66%로 증가했다.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의탁하려고’를 꼽은 비율도 같은 기간 19%에서 9%로 크게 줄었다.

한편 부모 부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한 2030세대 비율은 2008년 10.5%에서 지난해 19.1%로 늘었다. ‘가족이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한 2030세대 비율은 같은 기간 40.9%에서 25.0%로 줄었다. 공소민 한화생명 빅데이터팀장은 “부모는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생각이 커진 반면 자녀는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