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일본 수출규제는 정치적 보복”→26분 만에 “보복적 성격”

입력 2019-07-04 21:13 수정 2019-07-05 22:17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며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정치적 보복’이라고 했다가 20여분 만에 ‘보복적 성격’으로 정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발언 수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되지만, 청와대가 너무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28분 발표한 NSC 상임위원회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취한 수출규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치적 보복 성격으로 규정하고, 일본이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가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26분 만인 5시54분 서면 브리핑을 수정해 재발송했다. 수정본에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는 WTO의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정치적 보복’에서 ‘정치적’이란 표현을 삭제해 톤을 낮췄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서면 브리핑 발송 전) 최종 단계에서 지금 상황에 맞는 단어(보복적 성격)로 정리한 것”이라며 “실무자의 실수로 잘못 나갔다”고 해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 전 여러 버전의 입장문을 만들어두는데, 국가안보실 관계자의 착오로 최종 버전이 아닌 내용이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일본의 조치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한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며 “외교적 대응 방안은 WTO 제소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여론 환기를 위해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는 일본과의 외교 갈등 대응에 있어서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도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보니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계속 원칙과 명분만 주장하지 말고 정치적 해결로 문제를 풀어갔어야 한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를 듣던 이해찬 대표는 발언을 제지하려는 듯 손가락으로 X자 표시를 했다(사진).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강 의원의 발언이 너무 길어 빨리 끝내라는 차원의 제스처였다”고 해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