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공교롭게도 인근 도로에서 신호대기하던 차량에 있다가 갑자기 잔해물이 쏟아져 참변을 당했다. 특히 차량에 함께 동승해 중상을 입은 남성과 내년 2월 결혼식을 치르는 ‘예비신부’여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24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에서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철거 작업 도중 붕괴됐다. 이때 나온 30t의 잔해물이 왕복 4차로 도로에 있던 차량 3대를 덮쳤다. 매몰된 차량에 있던 여성 이모(29)씨는 오후 6시33분쯤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동승한 황모(31)씨는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씨와 황씨는 두 달 전 양가 상견례를 했고, 내년 2월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엔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승용차 1대에 있던 60대 여성 2명은 구조됐으며 경상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공사 현장에 있던 작업 인부 4명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차량을 덮친 콘크리트 잔해물 무게가 30t에 달해 굴착기 4대를 동원해 피해자들을 구조했다. 인근의 한 식당 종업원은 “마치 지진이 난 듯 요란한 소리가 났고, 나가서 보니까 건물 외벽이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무너진 건물은 전날에도 외벽 붕괴 조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여파로 건물 앞 왕복 4차로는 무너진 건물 잔해 등으로 차량 통행이 완전히 통제됐다. 또 인근 전신주 3개도 도로로 쓰러져 이 일대가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해 한국전력이 복구 작업에 나섰다. 전기 공급은 오후 7시10분쯤 복구됐다. 소방 당국은 건물이 약 절반 철거된 상태에서 지하 1층 부분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옆으로 무너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996년 준공된 이 건물은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 철거작업이 시작돼 이달 10일 완료될 예정이었다. 해당 건물은 지방자치단체에 철거 사전 심의를 넣었으나 1차 심의 때 부결됐고 2차 때 보완해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수습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