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민(30)의 행보에는 주저함이 없다.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누비더니 라디오 DJ로 나섰다가 예능에까지 발을 디뎠다. ‘본업’인 연기에 있어서도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다. 이번 도전 과제는 사극이었다.
정소민은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기방도령’에서 신분 차별과 남녀 차별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는 양반가 규수 해원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첫 사극이다 보니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으니 되게 신났어요. 다만 추위 때문에 고생을 좀 했죠. 첫 촬영날 한파주의보가 내렸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내면 김이 나더라고요. 그런 광경은 처음 봤어요(웃음).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만큼 현장이 즐겁고 좋았던 거죠.”
코믹 퓨전사극을 표방한 영화는 발칙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조선시대에 남자 기생이 존재했다는 것. 기방 연풍각에서 태어난 사내 허색(이준호)이 폐업 위기의 기방을 살리기 위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해원은 허색이 연모하는 여인이다.
정소민은 “극 초반에 해원이 ‘나라에서 정한 반상의 구분이 있을 뿐 사람 간의 상하가 있겠습니까’라는 말을 한다”며 “해원은 당대에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시대 여성 같지 않은 그의 면모에 끌렸다”고 얘기했다.
이준호와는 영화 ‘스물’(2015)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로맨스 상대로 만난 데 대해선 “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호흡이 나오는 것 같다. 준호씨와는 동갑이라 촬영 이후 좋은 친구가 됐다”고 했다.
드라마 ‘나쁜 남자’(SBS·2010)로 데뷔한 정소민은 ‘아버지가 이상해’(KBS2·2017) ‘이번 생은 처음이라’(tvN·2017)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어느덧 연기 10년차에 접어든 그는 “연기를 하다 보니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연기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미정이지만, 정소민에게 쉼이란 없다. 지난해 12월부터 SBS 파워FM ‘영스트리트’ DJ로 활약 중이다. 이서진 이승기 박나래와 함께 올여름 방영을 시작하는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SBS)의 멤버로도 합류했다. 최근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실행하며 안정적인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정소민에게는 ‘나이 듦’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30대는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인생의 남은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게 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오히려 기대가 많이 돼요. 좀 더 성숙해지고, 안정이 될 것 같아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