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경기도의 폭염 취약 현장 점검에 동행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를 방문 지역으로 정해 “경기도가 좋은 정책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차기 대권주자인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한숨을 돌린 이 지사와 이 대표가 총선이 다가오면서 부쩍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오후에 경기도 오산의 폭염 취약 가정을 방문했다.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이모(86) 할머니와 손을 맞잡은 이 대표가 “선풍기 하나로 견디고 계시느냐”고 묻자 이 할머니는 “여름엔 선풍기 가지고도 소용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이 지사는 “내년부터 경기도에 에어컨 지원 사업이 있는데 예산 편성을 다 해놨다”며 최근 경기도가 발표한 폭염 대비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독거노인 가구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전기료를 일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오산)시장님께서 올여름 덥지 않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송탄소방서로 이동한 이 대표는 경기도의 올해 폭염 대응 방안 브리핑을 들었다. 무더위 쉼터 운영 강화, 폭염 취약계층 집중 관리 등 소방서 측의 대책 보고가 끝난 뒤 이 지사가 이 대표를 향해 “경기도가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준비를 많이 했다”고 화답했다. 또 이 지사는 “올해부터 독거노인 가구에 에어컨 설치를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올해 한 번 시행해보고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도 “경기도에서 좋은 정책을 하고 있다”며 “전국에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1심 무죄 선고 이후 국회 토론회 등 여의도를 자주 찾으면서 당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트위터 ‘혜경궁 김씨’ 계정주 논란, 친형 강제 입원, 조폭 연루설 등 각종 의혹을 털어낸 이 지사가 당과의 연대를 강화해 차기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이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이 대표는 이 지사가 각종 논란에 휘말리고, 친문재인계 당원들의 거센 탈당 압박을 받을 때도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이 지사를 막후 지원해 왔다. 지난해 12월 이 지사가 친형 강제 입원 사건으로 기소된 후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자 “당의 단합을 위해 (이 지사 뜻을) 수용하는 게 옳다는 논의가 있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별도로 징계를 하지 않았다.
이 지사도 이 대표와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 및 광역버스 준공영제 확대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버스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14일 이 대표가 긴급 회동을 요청했고, 만난 지 20분 만에 이 지사는 요금 인상을 수용했다.
다만 이 지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 지사에 대한 친문계의 반감이 여전하고, 향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끌어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