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맛있어요” “빵 맛 없어요” “수저를 빠뜨렸네”

입력 2019-07-05 04:07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고 있는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노동자들은 이날 이틀째 파업을 이어갔다. 최종학 선임기자

“엄마가 싸준 도시락 맛있어요. 그런데 왜 오신 거예요?”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파업 이틀째인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만수초등학교의 점심시간. 2학년 황모(8)양은 분홍색 도시락 통에서 오리고기를 꺼내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황양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도시락을 싸왔다고 했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이번이 처음이다. 옆에 앉아 있던 박모(8)군은 “(도시락) 신기해요. (학교에서 준) 빵 맛없어요”라고 말했다.

파업이란 단어가 생소한 아이들은 현장 점검을 위해 몰려든 교육부 관계자들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조리실에서는 지모 조리장이 홀로 아이들에게 빵과 주스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혼자 하니까 쉽지는 않다”면서도 “함께 일하는 분(교육공무직)들도 소속은 다르지만 같이 아이들 밥 챙겨주는 식구다.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이 1336명인 만수초는 조리원 11명과 돌봄전담사 2명 등이 파업에 참여했다. 빵과 주스로 급식을 대체하고 도시락 지참을 허용했다. 3일 도시락 지참율은 94.9%, 4일 96.7%다. 학생들은 도시락과 빵, 주스를 나란히 놓고 먹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학부모와 아이들의 분주한 등굣길이 계속됐다. 한 학부모는 도시락만 챙겨주고 수저를 빼놓았다며 다시 학교로 뛰어왔다. 등교시간이 8시40분인데 10분가량 늦게 도착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는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도시락을 건네러 온 어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 보안관 심모(67)씨는 “어제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통 이모나 삼촌들이 와서 전달하고 간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여러 대 등장했다. 단축수업을 한 전날과 달리 정상수업을 실시하면서 교사들이 도시락을 주문한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 도시락을 싸왔다. 최모군은 “일회용기에 도시락을 싼 아이들이 많아 교실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7342명으로 전날 2만2000여명보다 약 4700명 줄었다. 학교 1771곳에서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 약 900명(서울시교육청 집계)은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총파업승리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규직보다 차별이 심각한 상황, 그에 따른 생계곤란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아무런 고민과 대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이도경 기자, 박구인 황윤태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