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규제 단행한 날… 아베, 참의원 선거 유세 시작

입력 2019-07-05 04:04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참의원 선거 고시일인 4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로 보수층 결집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대지진과 원전 사고 피해를 본 후쿠시마현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그동안은 한 번 포괄적 허가를 받으면 3년간 별도 허가가 필요 없었지만 이제는 수출할 때마다 심사를 거쳐 허가받아야 한다. 허가에 걸리는 시간은 약 90일 정도지만, 그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부 부(副)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불합리하고 상식에 반한다고 하지만 원래 수출관리제도는 각국이 상대국에 대해 독자적으로 평가해 운용하는 것”이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전날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출관리 체제를 계속해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제재 강화 대상 품목의 확대를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추가 보복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공청회를 거쳐 8월 중 시행령을 개정해 발효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수출 규제 품목이 식료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 해당할 정도로 많아진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대량파괴무기 개발 등에 전용 우려가 강한 사례’라며 40개 품목을 예시로 들었다. 티탄합금과 같은 특수강 및 주파수 변환기, 대형 발전기, 방사선 측정기 등 각종 산업에 필요한 기기·부품·소재가 망라돼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여야대표 토론회에서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 우대조치를 못 한다”고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그는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업계에서는 연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일본 기업들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규제와 관련해 소니는 한국에서 디스플레이 박막트랜지스터를 공급받지 않으면 TV 생산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수출이 어려워진 일본 기업들은 필요한 서류 준비를 서두르고 해외 공장을 활용한 대체 수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