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로키, 黨은 뒷짐, 政은 뒷북, 위기의 3년차, 안일 혹은 무능

입력 2019-07-05 04:00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기업인 간담회’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다. 윤성호 기자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가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에 이어 일본이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들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 상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갈등 사안을 다룰 사회적 대화는 무용론이 제기되고, 노동계는 일제히 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고강도 하투(夏鬪)를 예고했다.

돌발적인 대외 악재, 사회 각계의 반발, 저조한 경제 성과가 반복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유독 민생 문제에 있어선 존재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표방했지만 여당은 갈등 조정에 나서기는커녕 총선 잿밥에만 매몰돼 있다. 여기에 정책 집행력에 낙제점을 받아든 정부까지 북핵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반쪽짜리 정부를 합작하고 있다.

청와대는 4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과 최저임금 인상 등 내부 문제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모두 “청와대가 입장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며 침묵했다.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기계약직”이라며 “비판과 옹호 여론이 모두 많다. 정부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했고,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을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나 최저임금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노동정책 공약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끼칠 영향력이 막대하다. 모두 국민적 불안이 큰 사안임에도 청와대는 어느 하나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에 대해 문 대통령이 취임 두 달도 안 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공개적으로 철회를 요청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북핵 성과를 바탕으로 한 대통령 지지율에만 기댄 채 민생 문제는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렇지 생각보다 비상하게 상황을 챙겨보고 있다”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고 있어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결정적 계기가 올 경우 다른 방향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일선 부처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집권여당도 역할을 못 하긴 마찬가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할 때부터 당정청 정책 협의를 통한 ‘당 주도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5월 선출된 이인영 원내대표도 출마 당시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원내대표가 될 것임을 앞세웠다. 하지만 반발이 분출하고 있는 시민사회계나 노동계와 정권 사이 마땅한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갈등 조율이나 정책 개발에도 실패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당대표 1인 체제로 운영 중이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라며 “특히 당대표가 선임한 노동계·지방자치 몫 원외 최고위원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속만 차리려는 정치권에 대한 환멸도 확대되고 있다. 청와대·여당과 야당은 총선용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모든 사안에 대해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국가가 어려울 때의 협치나 초당적 정책 조율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강준구 신재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