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부터 촬영에 이르는 영화 제작 전반에 장애인들이 참여한 단편영화가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토론토국제스마트폰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된 영화 ‘하고 싶은 말’은 김종민(40)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전면에는 장애인의 삶이, 그 안에는 보편적 감정, 사랑이란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영화의 소재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22~67세 뇌병변·절단·지적 장애를 가진 6명이 작품의 일등공신. 영화는 용인시의 ‘장애인영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이 진행됐다.
당초 강사로 참여한 김종민 감독은 노하우를 살려 연출까지 도맡았다. 그 역시도 뇌병변 장애로 왼손을 사용하지 못한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지난한 작업을 거치며, 이는 ‘비장애인’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때문에 장애인이 주축이 된 이 영화가 우리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작품은 ‘보편적 사랑’에 포커싱을 맞춘다. 통상의 ‘장애인영화’들이 이동권이나 인권 등에 집중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이에 대해 김종민 감독은 “카페에서 활동보조인이 시켜주는 음료만 먹어야 하는 뇌병변 장애인이 실제로 마시고 싶은 음료수는 다를 수 있다”며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힘든 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촬영 기간은 이틀, 하루 촬영 시간도 3시간 남짓이었다. 영화 작업이 처음인 장애인들은 생소한 경험에 즐거워했다. 김 감독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장애인들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창작해가는 과정의 즐거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전 작품도 ‘다리 놓기’라는 21분짜리 단편영화.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장애인영화제, 인천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평간의 호평을 받았다고. 그러나 김 감독은 처음부터 장애인 영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일부러 장애인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장애 당사자로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죠.”
김 감독의 차기작은 장편영화가 될 예정이다.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 등 소수자의 이야기가 담긴다. 그는 첫 장편영화 준비에만 지난 6년을 쏟아 부었다. 그조차도 “만약 똑같은 6년의 시간을 보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할 만큼 고단한 시간이었다. 또 ‘장애인영화’는 투자를 받기 어려워 영화 제작이 어렵다는 만류에도 그는 계속 도전 중이다.
김 감독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내치지 못한다. 최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 등 장애인 관련 영화가 제법 늘어나고 있지만, 해외와 비교해 여전히 소수자의 이야기는 상업영화에서 담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리사회가 소외된 이들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