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도 간호인력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중소병원들 존폐위기

입력 2019-07-07 20:42
중소병원이 위기에 처했다. 병원계에 따르면, 수도권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중소병원의 인력 수급 문제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자가 줄어 수익은 감소하고, 각종 규제로 운영비는 늘어난 상황에서 어렵게 채용한 간호사들이 줄줄이 큰 병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간호 인력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쿠키뉴스가 서울대병원 등 상위 대형병원의 간호인력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 간호 인력이 서울아산병원은 약 6.9%, 서울성모병원은 약 2.6%, 서울대병원은 약 1.9%, 세브란스병원은 약 9.3% 늘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간호간병통합병동 1곳을 신설해 간호간병통합병동 간호사만 40여명 늘렸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대책 등 정책 요인이 컸다.

환자도 큰 병원에 몰린다. 건강보험공단의 ‘2018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매출순위 1~5위인 상위 병원의 시장점유율이 8.5%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상위 병원의 요양급여액 시장점유율은 2014년 7.6%, 2015년 7.4%, 8.1%, 2017년 7.8%였다.

의료현장에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와 의료인력 수급정책의 실패가 중소병원의 위기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의료비 차이가 줄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몰리고, 의료인력 배출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장은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에 특진료, 상급병실료, 본인부담액 등에서 차이가 있어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기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 비용차이가 없어지니 경증환자들까지 큰 병원을 찾는다”며 “중소병원은 재정부터 인력까지 씨가 마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등급제 등 의료인력 수급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행한 정책도 문제”라며 “어렵게 뽑아놓은 간호사들을 6개월 정도 훈련시키고 나면 서울 큰 병원에 대기 자리가 났다며 빠져나가기 일쑤다”라고 토로했다.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이미 간호사 채용 자체가 어려운 상태로 접어들었다. 전남지역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재작년 중환자실 운영을 중단한데 이어 지난해 응급실도 폐쇄했다. 병동도 축소해 기존에 운영하던 45병상짜리 3개 병동 중 2개 병동만 간신히 운영하고 있다”며 “그래도 작년에는 간호사 3명을 추가로 채용했었는데 올해는 겨우 1명만 채용할 수 있었다. 간호사 연봉을 30%이상 올렸지만 지원자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의료정책이 정부의 일자리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도 했다. A원장은 “지난해 1개 병동을 폐쇄하면서 직원 20여명을 감축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을 양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유독 의료에서는 거꾸로 간다”고 꼬집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