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의료기관에서 의료폐기물을 관리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담당자에 대한 복장 등의 안전규정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의료폐기물 수거 및 분류 작업을 맡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이 별도의 안전장구 없이 평상복에 얇은 장갑만으로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담당하는 청소근로자 대다수는 하청업체 소속 파견 근로자라는 점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의료폐기물 담당자에 대한 이렇다 할 안전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파견 근로자의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기자가 확인한 병원 관계자 대부분은 청소근로자의 감염에 대해 “안전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병원 관계자는“폐기물관리법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면 감염 우려가 전혀 없다”며 “과거 간호사들이 바빠서 주사바늘 뚜껑을 닫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병원 캠페인을 통해 많이 줄어들었다. 만약 근로자가 감염된다면 해당 질병에 대한 진료비를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병원 관계자는 “마스크, 장갑 등 안전과 관련한 용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부자연스러움, 착용의 불편함 등으로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감염이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밝혔다. 병원 내 폐기물 안전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의료연대본부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대병원 3곳과 국립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시립병원 1곳에서 근무하는 360명의 청소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5%의 근로자가 주삿바늘에 찔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변성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조직국장은 “실제 청소노동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장갑 한 켤레”라며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나면 감염의 위험이 커 장갑을 교체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장갑은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력문제도 지적했는데 “간호사들이 주사침 관리를 매뉴얼대로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며 “주사침은 뚜껑을 닫고 버리게 돼 있지만, 야간 병동간호사의 경우 인원이 부족해 자기도 모르게 매뉴얼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악순환에 청소노동자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감염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변 국장은 “(사고가 나도) 병원에서는 업체와 말하라고 미루고, 업체는 도급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발뺌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때문에 장갑이나 마스크 등을 병동간호사에게 빌려 쓰는 일이 적지 않고, 고용 안정이 확보되지 못하는 탓에 주사바늘에 찔려도 보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 오염된 마스크, 장갑 등을 사용하며 환자들이 있는 병실을 청소하면 환자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청소근로자 D씨는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주삿바늘에 찔리는 사고는 발생한다”며 “장갑을 주지만 뚫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하면서 주삿바늘에 3번 찔렸다. 파상풍 등 예방접종을 했지만, 감염에 대한 무서움은 계속된다. 병원에서도 조심하라고 말은 하지만 그에 걸맞은 여건, 방침 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열악한 실상에 대해 김규연 녹색병원 작업의학과 전공의는 “사고는 결국 업무량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관련된 사고도 발생하기 때문에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 또 병원 청소노동자가 외주화 된 곳들이 많은데, 병원에서는 아래도급 업체에 인력을 맡겨 운영하다 보니 신경을 덜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삿바늘에 찔리면 전부 보고가 돼야 하지만 병원에 따라, 하도급 업체에 따라, 숨기는 일도 있을 것”이라며 “병원에서의 감염관리체계가 좀 더 명확히 갖춰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