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스무 번도 넘게 옮겨 아무것도 이룬 것 없던 아버지는 나중에 어떤 직장이든 꾸준히 다니라는 말씀을 버릇처럼 하셨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며 악착같았던 나였지만 공부하기 싫어 중·고등학생 때 신나게 놀다가 원하지 않던 간호대학에 겨우 입학했다. 대학에서도 공부는 하지 않고 데이트만 하다가 간신히 졸업하고 바로 병원에 취직했다. 집과 거리가 멀어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생활의 불편, 선배들의 눈치,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식 자리와 술을 견디지 못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첫 직장을 그만두었다.
두 번째로 들어간 동네 병원은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했고 내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병원도 이틀 만에 과감하게 나와서 또 다른 병원에 들어갔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병원이라 출퇴근도 괜찮고 환경도 깨끗하여 새롭게 마음을 다졌다. 그러나 내 능력에 넘치는 업무와 기대에 시달리다 결국 3개월 만에 세 번째 병원도 그만두었다.
그때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언니는 매일 기쁨에 찬 모습으로 우리 병원에 전도하러 오고 예배도 드렸다. 결국 나도 언니를 따라 교회에 갔지만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잠시 어느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힘든 공부에 일에 시달리다 결국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3개월 만에 아르바이트도 접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시설, 분위기, 직원들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큰 병원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목사님의 말씀이 들리기 시작하며 심각하게 내 신앙을 고민하게 되었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부활의 표적을 붙들면 흔들리지 않는다는데, 왜 나는 계속 흔들리는 걸까?’ 성령께서 내가 예수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그저 부활과 예수님을 아는 자였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다. 그동안 철저히 내 믿음을 숨기며 세상과 예수님 사이에 양다리 걸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바로 하나님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란 말씀이 나를 강타했다. 부활이 전제하지 않는 믿음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제자들도 3년 6개월 동안 예수님과 함께 지냈지만 예수님이 죽으실 때 다 도망간 이유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런 겁쟁이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살아나신 후에야 성경과 및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었고, 생명 걸고 예수님의 부활을 전했다. 이들을 변화시켰던 것은 바로 부활이었다.
‘아! 내가 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부활이구나!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사람에게 믿을만한 증거구나!’ 부활이라는 증거로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생명을 내어 주셨음을 알게 되자 그대로 무너졌다. ‘하나님 죄송해요. 제가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았어요. 제가 주인 되어 살았던 악랄한 죄인이었어요.’ 마음 중심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모셨다.
이튿날부터 직장에서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을 들고 기쁨으로 일하니 직원들이 뽑는 칭찬주인공상을 받았고, 환자분들이 뽑은 친절직원상도 받았다. 직원이 뇌수술을 받을 때 병원 전체 조회시간에 대표 기도를 하였고 수술 후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병원의 3분 스피치 시간에는 전도지에 한 분 한 분 이름을 써서 주며 전체 앞에서 복음을 선포했다. 놀랍게 그중에 몇 분은 교제를 통하여 예수님을 영접했고 여름성경학교 때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 오기도 했다. 정말 성령께서 나를 통해 병원에 놀랍게 역사하셨다.
내 만족과 유익을 위해 이리저리 직장을 옮겼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그 자리에서 충성하며 섬긴다. 하나님이 부어주신 사랑으로 어렵고 힘든 분들의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도와주며 오늘도 부활의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진미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