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로 골드바 사고… 총장 배우자 객원교수 임용

입력 2019-07-04 04:04

호남 지역의 A대학은 학생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에서 골드바 30개를 구입했다. 이 대학 총장은 골드바 30개를 전·현직 이사 3명에게 학교발전 기여 명목으로 하나씩 나눠주고 나머지를 은행 금고에 보관해오다 교육부 회계 감사에서 적발됐다.

영남 지역 B대학은 총장 딸이 운영하는 호텔 숙박권 200장을 홍보비 명목으로 구매했다. 얼마 후 총장 딸이 운영하는 호텔은 영업을 중단했고 호텔 숙박권 132장은 쓸모없게 됐다. 대학은 1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지만 총장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역의 C대학은 총장의 배우자를 객원교수로 무단 임용했다. 별다른 강의를 배정하지 않고도 1억43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그리고 총장의 법인카드와 업무용차량을 쓸 수 있도록 하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혁신위)가 65개 대학에서 적발된 사학비리 사례 755건을 모은 백서를 3일 발간했다. 혁신위는 2017년 12월 사학 공공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출범한 조직이다. 교육계 5명과 변호사 4명, 회계사 2명, 언론인 1명을 비롯해 공공기관 1명,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백서에는 비리 사례들이 망라됐다. D대학은 총장 자녀에게 창고와 숙소를 무상 제공하고 매점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적발됐다. E대학은 골프 회원권을 교비 6643만원으로 매입해 임직원들이 사용했다. 이 대학은 뇌물수수 의혹으로 파면된 직원에게 5년간 급여를 지급했다. 이렇게 흘러간 돈이 1억6400만원이었다. 총장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학생 취업률을 조작하고 입시 관련 부적정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F대학은 성추행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교원을 징계하지 않고 사직을 유도해 의원 면직처리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이런 비리를 유형화했다. 실태조사·종합감사를 받은 35개 대학의 적발사항 441건 중에는 회계 등 금전 비리가 233건(52.8%)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인사 비리가 50건(11.3%), 학사·입시 비리가 46건(10.4%)으로 집계됐다. 30개 대학은 회계감사를 받았다. 적발사항 314건 가운데 인건비·수당 부정 지급이 66건(21%)으로 가장 많았다. 재산 관리 부적정 46건(14.6%), 배임·횡령·공용물 사적 사용 44건(14%), 세입·세출 부적정 35건(11.1%) 순이었다.

혁신위는 비리 유형 분석을 토대로 제도개선 권고안을 내놨다. 제도개선안은 사학임원 책무성 강화, 사립대 공공성 강화, 사립학교 교원의 교권 강화, 비리제보 활성화 4개 분야로 나뉜다.

먼저 1000만원 이상 배임 횡령을 저지른 임원은 곧바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도록 권고했다. 교원소청심사위 결정을 위반하는 대학은 이행명령과 이행 강제금을 부과토록 했다. 소청심사위 결정을 따르지 않고 내부비리 신고자를 탄압하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설립자 및 친족 등은 개방이사 선임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방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을 시행령으로 규정토록 권고했다. 또 설립자와 임원 친족인 교직원의 수를 공시하도록 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교육부는 혁신위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교육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