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주식 투자자들의 마음은 설레기 시작한다. 무더위 속에 찾아올 ‘서머랠리’ 기대감 때문이다. 서머랠리는 여름휴가 시즌에 나타나는 강세장을 일컫는다. 펀드 매니저나 투자자들이 휴가를 떠나기 전에 주식을 미리 사놓고 가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다는 데서 유래했다.
서머랠리는 속설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최근 삼성증권이 2009년부터 10년간 월별 주가 상승률을 조사했더니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지수의 7월 평균 수익률은 2.5%로 월별 평균 수익률 가운데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7월 평균 수익률이 3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2.6%)로 좋았다. 데이터로 살펴봤을 때 서머랠리는 단순한 속설이 아닌 것이다.
서머랠리 기대감 속에서 휴가를 알뜰하게 보내고 아낀 돈으로 해외주식에 쏟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해외여행 대신 ‘해외주식 직구(직접구매)’를 선택해 여름휴가를 돈 버는 기간으로 만드는 셈이다.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로 떨어진 틈을 타 해외여행 경비로 쓰려했던 200만원을 미국 달러(USD)로 환전했다. 한씨는 3일 “요즘 달러 값이 주춤한 것 같아 바로 환전하고 해외 배당주를 사들였다. 휴가 비용은 최대한 아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돈 버는 휴가’를 위한 해외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금융투자업계에선 해외주식 중에서도 미국 주식에 주목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성장 기업들의 이익이 꾸준히 늘면서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서다. 미국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133달러에서 올해 166달러, 내년에는 184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본다. S&P500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해 16%에서 올해 19%, 내년 20%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도 미국 증시에 탄력을 붙이는 호재로 꼽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이익 증가세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감안하면 S&P500지수는 10%, 나스닥지수는 15% 정도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를 주식을 고르기가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TF에 투자하면 S&P500지수 등의 주가지수나 채권,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낸다. ETF는 주식처럼 매수와 매도가 가능하고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중국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CSI)300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면 채권형 ETF 투자로 리스크(위험)를 낮출 수 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며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방식이다. 실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지난 6월 미국 채권형 ETF에는 256억 달러(약 30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이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면 미국 달러 채권을 사는 게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