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보복 예상목록 갖고 있었는데 일본이 정확하게 1~3순위를 찍었다”

입력 2019-07-04 04:03
사진=뉴시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4일 시작되면서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상조(사진)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보복을 예상하고 ‘롱 리스트(보복 예상목록)’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본이 정확하게 1~3 순위를 찍어 보복했다”며 “일본이 세밀하게 준비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한 품목 중 불화수소는 기업에 신호를 줘서 준비토록 했다”며 “하지만 나머지 2개 품목은 사실상 100% 일본에 의존하는 품목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지난 일요일 관련 소식을 접하고 5대 그룹 부회장에게 연락해 그룹별로 정부 요청사안을 접수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일 면담을 요청해와 윤부근, 김기남 부회장 등 메모리·시스템반도체, 디스크, 올레드 부문 사장 등 최고위층 4명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일본 정부가 당장 수출 중단이 아닌 90일가량의 허가 심사 기간을 두겠다고 밝힌 만큼 이 기간 재고 쌓기에 집중하는 동시에 소재 수급 다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재고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버티느냐가 정해지는 상황이라 경쟁사보다 많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아베 총리로선 개헌 추진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보수층의 표 결집을 위해 징용판결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상대로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원상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일본 기업의 실적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자국 정부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결국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기업은 허가 심사 기간 재고를 총동원하고, 국내 생산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중국·대만 업체의 제품을 평가하는 등 최대한 버텨보려 할 것”이라면서 “결국 정치적 이슈인 만큼 이 기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정·경 문제 분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에 우려를 제기해온 만큼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훈 강준구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