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 초청 오찬간담회’를 갖고 “기독교가 과거 대한민국의 독립과 근대화, 산업화,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 복지 등에 큰 역할을 했다”며 “평화를 만들어내고 남북 간 동질성 회복, 정치 통합을 위해서도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주요 교단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는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 등 주요 교단장 12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교단장들은 최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지켜본 반응, 사회 통합과 기독교의 역할, 종교의 자유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는 문 대통령의 인사말, 이승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의 답사,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의 식사 기도, 의견 교환 순으로 진행됐다.
교단장들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공적인 정상들의 만남에 감동받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 “보이지 않는 수고에 감사한다” 등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도 “기독교에서 이미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라든지, 북한과의 종교 교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감사드린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해 달라”고 답했다.
교단장들은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의 차별금지 조항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션스쿨 등 기독교 사학이 가진 고유의 종교행위가 역차별을 받거나 탄압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전했다.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면 해당 학교와 교회가 설립한 복지기관의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기에 종교적 자율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계가 우려하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잘 살피겠다. 국민 전체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배석했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독교 사학의 종교 행위가 탄압받아선 안 되며 기독교 사학의 비종교인 학생들 역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희 총회장은 참석자 대표 인사말에서 “개신교는 정교분리 원칙을 갖고 있다. 물리적 힘에 의한 통일이나 사회 회복보다는 복음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킨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정부와 교회 간에 서로 협력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며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면 좋겠다”며 “나눠진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고 통합하는 일에 정부와 국민 사이 소통 창구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영훈 이승희 총회장과 전명구 감독회장 외에 림형석(예장통합) 이주훈(예장백석대신) 김성복(예장고신) 홍동필(예장합신) 서익수(예장개혁) 박종철(기독교한국침례회) 김충섭(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유낙준 대한성공회 주교, 김필수 한국구세군 사령관이 참석했다.
박세환 최기영 장창일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