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대기업 세제 혜택 ‘축소’에서 ‘일부 확대’로 선회

입력 2019-07-04 04:02

정부 바람대로 경제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이면에는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가 있다. 한국 경제는 대외개방도, 무역의존도가 높아 수출입 여건이 경제의 ‘흥망’을 결정한다. 올해 들어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침체, 반도체 경기 둔화 등 대외 변수가 잇따라 충격을 줬다. 그 결과로 올해 1~5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쪼그라들었다. 투자 부진도 심화하면서 민간의 경제 활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정부는 단기간에 대외 여건 개선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올해 하반기에 ‘내수 살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핵심은 투자 촉진, 소비 독려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소비 지원책을 카드로 꺼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온 ‘대기업 세제 혜택 축소’ 기조의 방향을 일부 확대로 선회했다. 대규모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올리고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요건을 완화해 사회간접자본(SOC) 정비에도 힘을 보탠다. 정부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쥐어짜낸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미·중 무역분쟁 영향이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장기화하는 데 이어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수출과 기업투자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 하방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를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마련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현재 1·3·7%인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2·5·10%로 상향한다.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에 의약품 제조시설을 추가한다.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시한을 늦춰주는 가속상각 제도의 혜택도 확대한다. 대기업의 경우 올해 말까지 생산성 향상시설·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혜택을 주고, 중견·중소기업은 연말까지 가속상각 허용 한도를 기존 50%에서 75%로 늘려준다.

또한 대규모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한다. 화성 복합테마파크 조성(4조6000억원), 대산산업단지 내 중질유 원료 석유화학공장 건설(2조7000억원),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 내 연구·개발 캠퍼스 조성(5000억원) 등 ‘10조원+α 투자 프로젝트’에 속도를 붙인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서울 잠실에 각각 추진 중인 마이스(MICE·전시관광컨벤션) 시설 중 1곳을 3단계 민간투자 프로젝트에 포함할 예정이다.

공공주택, SOC 확충 등의 공공기관 투자(1조원), 지역 도서관·체육시설 등 생활SOC사업(2조9000억원)도 담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한 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 면적 요건은 기존 1만㎡에서 2만㎡로 완화한다. 소규모 재건축을 활성화해 하반기에만 148개(3270억원)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착공하고, 46개 사업(540억원)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내수 가운데 소비 지출을 늘리는 정책도 마련했다. 노후차량 교체 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주는 대상을 15년 이상 휘발유·LPG(액화석유가스) 차량으로 확대한다. 가전기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다음 달부터 한국전력 복지할인 대상 가구(335만 가구)가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기기를 구입하면 가구당 20만원 한도에서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수소전기차 구매 시 400만원 한도 내에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주는 조치는 2022년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