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방음문을 열고 10㎡(3평) 남짓한 방에 들어서자 마이크와 악기 등 음향시스템부터 눈에 들어왔다. 책상 위에는 악보들이 놓여 있었고 그 사이로 ‘노래가 길을 만든다’는 글귀가 보였다. 고형원(57) 하나의코리아 대표는 “제가 자주 쓰는 말”이라며 “지금 하는 모든 사역에 노래를 통한 하나님의 부르심과 이끄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이 바다 덮음같이’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등을 작곡한 찬양사역자인 고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반도 통일 시대를 준비하며 음반과 뮤지컬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에겐 이제 ‘찬양사역자’보다 ‘한반도 문화 통일 사역자’란 호칭이 더 어울려 보였다.
그가 한반도 통일과 북한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두게 된 건 캐나다에서 예수전도단 전임간사로 있던 1996년부터였다. 현지 뉴스를 통해 접한 북한의 현실은 참담했다. 굶어 죽은 북한 주민들의 시체가 두만강에 떠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그에게 하나님은 북한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은 그때 제게 북한과 잃어버린 영혼들에 대한 노래를 주셨습니다. 그 곡을 만들고 부르다 보니까 저도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노래와 함께 키워온 통일에 대한 꿈은 20년이 지난 2016년, ‘하나의 코리아’란 음반 발매로 이어졌다. 4년 반 동안 기금 마련과 가수 섭외, 곡 작업 등에 매달리며 기도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성악가 신영옥뿐 아니라 록 그룹 부활, 가수 인순이, 소향, 국악가 송소희 등이 참여했다.
그 배경에는 2012년 중국에서 마주한 시인 윤동주의 ‘서시’가 주는 울림이 있었다. 당시 북한을 품는 것에 소극적인 한국교회를 보며 답답해하던 그에게 윤동주가 다녔던 한 중학교에 세워진 ‘서시’ 시비 속 시구는 ‘회개, 각성, 자기 사명을 다시 깨닫는 시’로 다가왔다. 그 길로 그는 한반도 통일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모든 이가 함께 부를 메시지가 담긴 음반 발매에 몰두했다.
고 대표는 지금 한반도 분단 현실을 반영한 한국형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 곡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처럼 인간의 존엄성과 용서, 청년들이 살고 싶은 세상을 담은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면서 “분단이 없고 혐오가 없는,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분열된 민족이 다시 만나 화해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정서적, 민족적 치유가 일어나고 신앙의 개인화 등으로 무너져가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에 앞서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시대의 짐을 주님과 함께 짊어지고, 하나님의 잃어버린 자녀들인 북한 동포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