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표 고무신’ 낳은 신발의 도시 부산, 옛 명성 되찾는다

입력 2019-07-04 04:05

‘왕자표’ ‘말표’ ‘범표’ ‘기차표’….

검정고무신으로 출발해 대한민국 신발산업의 부흥을 주도했으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던 ‘부산 신발’이 옛 명성 찾기에 나선다. 부산시는 4일 사상구 스마트시티에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사진) 문을 연다고 3일 밝혔다.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는 총사업비 430억원에 부지면적 1만2674㎡, 연면적 2만493㎡, 주차장 164면 등으로 지상 6층(임대공장), 지상 3층(지원시설)의 2개동 규모다. 도심 내 시유지인 공장용지를 확보해 신발기업에 편리한 입주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센터는 사상구 감전동의 도심에 자리 잡아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쉬워 근로자의 출퇴근이 편리하고 기업이 입주하기에 우수한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센터에는 기업지원실 회의실 체력단련실 식당 등 지원시설을 갖췄으며, 56개 실 30여개사의 입주가 완료되면 3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현재 44개 실에 완제품 8개사, 부품업 4개사, 유통·디자인 6개사 등 18개사로 68%가 입주했으며 나머지 공간도 올해 안에 입주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근 휠라코리아가 신발 연구개발(R&D)센터를 설치했으며 K2코리아 광장이노텍 등 역외 신발업체와 부산지역 신발업체 등이 속속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신발업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문창섭 한국신발산업협회장 겸 삼덕통상 대표는 “전국 신발 관련 산업의 50% 이상이 부산에 밀집해 있는 만큼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제품과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며 “신발에도 정보통신기술과 인체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융합해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선보이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시 관계자는 “신발과 관련된 모든 공정과 연구기술 등을 집적화함으로써 입주 기업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마련했다“며 “부산 신발산업의 옛 명성을 명품 기술력으로 되살려 지역경제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산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검정고무신 공장이 세워지는 등 신발산업이 태동한 곳이다. 1970년대 초부터 80년대 말까지 부산신발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시장 수출 효자종목으로 자리잡았다.

태화·진양·삼화·동양·국제상사·태광실업·세원·삼호 등 부산신발의 중흥기를 이끌던 회사들은 1990년대 높은 인건비와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도산하거나 인력이 풍부한 동남아로 떠났다. 그러나 최근 다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유턴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