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사진) 중국 총리가 내년 안에 자국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됐던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1년 앞당긴 것으로, 강력한 대외 개방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이 잠시 휴전을 맞은 상황에서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전선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리 총리는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며 “외국인 금융투자 한도를 내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선물회사의 외국 자본 지분 소유 제한을 51%로 확대하는 내용의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2021년 하반기까지 지분 소유 제한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리 총리의 이번 발언은 폐지 시한을 1년 앞당김으로써 개방 조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외국인투자자도 중국에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 상업은행은 외국인 지분 소유 제한이 이미 폐지됐다. 리 총리는 제조업 등 분야에서도 외국인 지분 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 투자 제한 대상을 열거한 네거티브 리스트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조기 종식을 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금융시장 개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을 잠시 휴전하고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회담에서 중국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해 양국 정상 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서도 리 총리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미국과 대화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식 일방주의에 맞서 세 규합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중동부유럽 국가와 경제 무역, 투자 협력에 힘쓰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에게는 “WEF와 함께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을 지키고 개방과 포용의 세계경제 체제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