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급식·방과후 돌봄 어쩌나”… 지방도 파행 불가피

입력 2019-07-02 21:40 수정 2019-07-02 23:58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교섭위원들(왼쪽 사진)과 교육 당국 교섭위원인 김선욱 광주교육청 과장이 2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에서 교섭이 결렬된 뒤 각자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전국의 각급 학교에 ‘급식·돌봄 대란’이 현실화됐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와 교육 당국 간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학비연대의 총파업은 3~5일 사흘간 이어지게 됐다. 교육당국은 대체급식, 오전수업, 돌봄교사 대체 투입 등을 통해 파업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맞벌이 부부와 대체 근무에 투입될 교사들은 현장에서 벌어질 후폭풍을 우려했다. 일각에선 파업이 한 달여 전부터 예상됐는데 교육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급식이 이뤄지는 전국의 공립유치원과 초·중·고 1만426곳 중 2797개교에선 3일 학생들에게 빵,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할 방침이다. 635곳은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기말고사로 인한 점심식사가 필요하지 않은 학교도 744곳, 단축수업을 하는 학교는 220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첫날인 3일 서울 공립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교육 공무직) 총 1만8808명 가운데 1525명이 파업에 참여한다. 학교 1026곳 중 10.2%인 105곳(이하 단축수업 포함)에서 급식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105곳 중 77곳은 빵, 우유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고 25곳은 학생들에게 도시락 지참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외 129개교의 경우 당초 계획된 정기고사가 실시돼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일 “중·고교 대부분이 이 기간 정기고사가 예정돼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급식 피해는 초교 위주로 발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과 후 돌봄 교실을 운영하는 서울 학교 505곳은 모두 정상 운영된다고 시교육청은 밝혔다. 그러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반을 합쳐서 운영할 예정이어서 일부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경기도에서는 대체급식을 시행하는 도내 학교가 1683곳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산은 전체 공립학교 526곳 가운데 72곳이 급식을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69곳은 빵·우유 등 대체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가져오게 하거나 단축수업을 진행한다.

경남 학교 268곳, 충북 학교 113곳, 광주 학교 123곳이 정상적인 급식을 못하는 등 급식 피해는 전국적으로 발생할 예정이다. 기말고사에 따른 급식 미실시 학교를 제외한 수치다. 충북 초교 1곳의 경우 돌봄교실을 운영하지만 정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커다란 불만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장모(37)씨는 “총파업 기간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준다고 한다. 일부 학교는 개별 도시락을 싸 오라고 했다는데, 맞벌이 엄마 입장에서는 도시락 싸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에서도 “아이들 도시락 반찬을 잘하는 가게가 있으면 알려 달라” “맞벌이 맘은 어쩌라는 것이냐” “출근해야 하는데 돌봄 파업으로 난감해졌다”는 등 우려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2017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조합원들이 연대 파업에 나서기로 해 그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만5000여명이 파업했을 때 전국 1900여개 초·중·고교에서 급식이 중단됐었다. 이번에는 그보다 3배가량 많은 5만여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집계됐다.

교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 교사인 박모(35)씨는 “교사들은 대체근무와 파업에 대해 불만보다 우려가 앞서는 심정”이라며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 차를 놓치거나 간식을 제대로 못 받았을 때 학부모들이 제기할 민원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토로했다.

안규영 박구인 오주환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