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시대 ‘명차’로 불리던 브랜드들을 비롯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변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BMW그룹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넥스트젠’ 행사를 개최했다. 미래의 기술과 모빌리티 서비스,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다양한 신차 공개를 통해 차세대 이동성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BMW ‘비전 M 넥스트’는 지능형 기술을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 전기화 모델이다. 올해까지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50만대 이상의 전기화 모델들을 생산한 BMW는 영국 옥스퍼드 공장, 중국 선양 공장, 독일 딩골핑 공장과 뮌헨 공장 등에 5개의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2년 내 구축할 예정이다. 더불어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3년까지 총 25종의 전기화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위해 2020년 이후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구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으로 20년에 걸쳐 탄소 중립적인 승용차를 개발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앰비션 2039’라는 정책 목표를 정했다. 그에 앞서 2030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차량 판매의 50% 이상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AG 이사회 의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승용부문 회장은 지난 5월 “새로운 지속 가능 비즈니스 전략은 다양한 관점을 아우르고 있지만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탄소 발자국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이다”라며 “우리가 고심하고 있는 핵심 질문 중 하나는 ‘고객들이 향후 탄소 중립적인 모빌리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며 그 답이 바로 ‘앰비션 2039’”라고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출시에 대해 점점 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44개 모델의 친환경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23개 모델은 전기차다. 현대차는 올 1월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향후 2년 안에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전기차 기반의 ‘민트 콘셉트’를 공개해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지폈다.
이 같은 전기차 개발 및 출시 흐름은 세계 각국 정부의 내연기관차 규제 강화 및 전기차 혜택과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럽에선 아일랜드 정부가 203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할 계획을 밝혔다. 독일 정부는 유럽 내 3개 전기차 배터리 셀 컨소시엄에 총 10억 유로(약 1조3179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유럽연합(EU)에 PSA그룹과 프랑스 배터리 업체 사프트, 오펠 등을 포함한 배터리 셀 컨소시엄에 대한 국가 공동 보조금 지원 승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순수 전기차 등록세 면제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등록세 면제 대상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 오토바이, 전기스쿠터 등 전기로 운행되는 모든 운송수단이다. 2022년 3월까지 1000억 루피(약 1690억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생산공장의 인력 감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래차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과 생산에 필요한 인력 자체가 줄어드는 현실이 공존한다. 자동차산업은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이 적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7일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2020년까지 유럽 지역 5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기존 생산 인력 5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포드는 앞으로 유럽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기차 사업 미래 사업 분야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NYT는 “전기차를 비롯한 새로운 모델들을 출시할 계획과 함께 인력 축소 계획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개월간 닛산, 혼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도 유럽 지역에서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생산인력 축소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포드, GM 등 글로벌 업체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계획대로 2025년 연 45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시점이 왔을 때 8000명의 잉여 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존 생산인력의 20%에 해당한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5일 “자동차 생산 공정은 이미 대부분 자동화돼 있고 많은 인력이 마지막 과정인 의장공장(조립라인)에 집중돼 있다”면서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3분의 1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도 그만큼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