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없는 열린 공간… 주민들은 카페 통해 교회 문턱 넘었다

입력 2019-07-04 00:03
경기도 연천 전곡교회 교인들이 지난 1월 1일 신년예배를 드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곡교회 제공

경기도 연천은 북한 개성과 붙어있다. 38선 북쪽인 연천은 1945년 분단 직후 북한에 속했다. 반면 개성은 38선 이남에 있어 남한 땅이었다. 운명은 6·25전쟁으로 뒤바뀌었다. 전쟁이 끝난 후 개성은 북한에, 연천은 남한에 편입됐다.

수복지역인 연천은 최전방인 만큼 곳곳에 군부대가 있다. 긴장이 일상일 것 같은 이곳에도 1926년 설립된 이후 93년 동안 복음을 전한 교회가 있다.

지난달 18일 연천군 전곡읍 전곡교회(박진구 목사)를 찾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연천군의 어머니 교회다. 하지만 역사를 자랑하는 게 그치지 않고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목회적 시도를 하고 있다. 교회는 2009년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담장을 없앴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카페를 만들었다.

박진구 목사는 이날 ‘카페 플로리안’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연면적 337㎡(102평)의 카페는 2층 높이의 단독건물이다. 사방이 통유리로 마감된 카페에는 평일 오전인데도 손님들이 많았다. 교회 카페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다. 4년 전 문을 열었는데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매출이 증명한다.

전곡교회와 카페 플로리안.

“커피가 맛있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넓은 주차장까지 있으니 동두천과 의정부까지 입소문이 났죠. 매출이 꽤 됩니다. 매년 세금만 3000만원씩 내고 있어요. 1년에 판매하는 커피가 10만 잔이 넘습니다.”

박 목사는 “회색빛 군사도시인 연천에서 플로리안은 주민과 교회가 소통하는 통로가 됐다”고 소개했다. 교회는 연 3억원쯤 되는 수익을 이웃과 나눈다.

군사도시의 특성을 살려 2015년에는 민관군 음악회도 진행했다. 2017년에는 연천군 내 10개 읍면의 70세 어르신들을 초청해 합동 칠순 잔치도 마련했다. 지난해엔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못 한 부부들에게 결혼식도 선물했다. 매년 사랑의 연탄과 쌀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눈다.

교회는 2만여 전곡읍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카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회의 바람대로 주민들은 카페를 통해 교회 문턱을 넘었다. 교인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교회학교 학생을 포함해 등록 교인이 1000명을 넘어섰다. 전곡읍 주민 중 5%가 교인인 셈이다.

교인들은 기도운동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출발은 박 목사였다. 그는 부임 직후인 2014년 12월부터 매일 밤 10시 본당 강대상 옆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빼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은다.

박 목사의 기도는 새벽기도 활성화와 목·토요일 중보기도, 금요 성령 집회로 확대됐다. 혼자 하던 기도가 교인들이 참여하는 기도운동이 된 것이다. 1년에 두 차례, 40일 동안 진행하는 특별새벽기도회엔 매일 300명이 넘는 교인이 참석한다. 연인원 1만2000명이 참석하는 셈이다. 전곡읍에선 기도하는 교회로 소문이 났다.

이뿐 아니다. 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14년 70여명이던 교회학교 학생이 현재 20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교회학교 예산이 1억원을 넘었습니다. 지방 소도시 교회치고는 큰 예산을 배정하는 거죠. 교회학교가 예산을 신청하면 거부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다음세대 양육에 교인 전체가 관심을 갖다 보니 가능한 일입니다.”

교회는 쉐마교육과 정철영어성경학교를 운영한다. 영어성경학교 학생 중엔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이들이 적지 않다.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영어성경학교에 참여하겠다며 직접 교회를 찾는 학생들도 있다. 박 목사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니 자연스럽게 학부모들도 교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 매년 100명 이상 새신자가 등록하고 있다”면서 “시골교회도 충분히 부흥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과 소통하는 데 방점을 찍은 전곡교회는 불신자들이 궁금해하며 찾아오는 교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최근엔 교회를 대대적으로 수리했다. 본당 건물은 증축했고 청년부실과 식당, 로비도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교회는 오는 6일 봉헌예배를 드리고 교인과 주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한다.

박 목사의 바람은 교회의 부흥에 있다. 교인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교회에서 훈련받은 교인들이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박진구 목사가 지난달 18일 교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본당이 1300석입니다. 이 자리가 꽉 차길 바라며 늘 기도합니다. 교회를 개방하고 주민들과 만나는 것도 결국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죠. 교인들과도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회, 정말 필요한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행복한 교회가 돼선 안 되죠.”

연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