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6개월째 0%대… “복지 확대가 가격 상승 막아”

입력 2019-07-03 04:02

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2015년 2월 이후 최장 ‘저물가’다. 상품을 사려는 수요와 팔려는 공급이 만나 결정되는 물가는 낮다고 좋은 건 아니다. 사려는 수요가 사라지면 생산 위축,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정부는 최근 저물가 원인을 수요가 아닌 공급 측 요인으로 본다. 공공요금 인하, 무상급식·무상교육 등 복지 확대가 공급 측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저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지갑을 닫는 수요 측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1월(0.8%) 이후 6개월째 0%대다. 연속 0%대를 기록한 건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저물가 배경에는 가격을 정하는 공급 측 요인이 있다. 바로 ‘관리 물가’다. 정부는 전기·수도·가스요금, 의료비, 통신비, 교육비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한다. 소비자물가지수 조사대상 품목 460개 중 관리 물가 대상은 40개로 추정된다. 관리 물가 품목들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 내린다는 얘기다. 특히 현 정부는 복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통신비·진료비·공공요금·급식비 등이 포함되는 ‘공공 서비스’는 올해 1월에 -0.3%로 ‘마이너스’ 전환된 뒤 6월(-0.2%)까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 서비스 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이기는 2012년 2월(-0.5%) 이후 처음이다. 당시 공공 서비스 물가는 12개월(2011년 3월~2012년 2월) 동안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때도 무상급식 등의 복지 확대 영향이 있었다. 올해 6월에도 휴대전화료(-3.5%), 학교급식비(-41.4%), 병원검사료(-7.3%), 고등학교납입금(-3.0%) 등은 전체 물가 상승을 억제했다. 정부 안팎에서 관리 물가를 제외하면 전체 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까지 오른다고 예측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도 물가를 낮추고 있다. 시장의 물량 과잉으로 전세와 월세 가격이 떨어지면서 지난달 집세는 전년 대비 0.2% 하락했다. 전월(-0.1%)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2006년 3월(-0.1%) 이후 13년3개월 만의 마이너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물가가 길어지면서 수요 측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둔화로 상품을 사려는 수요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우려다. 자칫하면 디플레이션도 발생할 수 있다. ‘수요 급감→가격 하락→생산 위축→경제 공황’의 악순환을 걱정하는 것이다.

올해 경제 성장은 2%대 초중반으로 예측된다. 수출은 물론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부진하다. 소비는 미약하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소비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개인 서비스 가격의 증감률은 올해 4월 이후 1%대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 서비스 가격은 지난해 1월(1.7%)을 제외하고는 2015년 이후로 2%대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수요 관리 정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저물가에 공급 측 영향도 있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이나 실질금리 1%대 등 수요 부족을 시사하는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완화적 통화정책 등의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