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 한국당에 주지마라”

입력 2019-07-03 04:02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부터)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의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여당 하기 참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최근 자주 나오는 말이다. 지난 4월 말 선거제도 개편 등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는 과정에서 충돌하며 국회를 뛰쳐나갔던 자유한국당을 겨우 불러들였더니 이제는 다른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한국당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직 가운데 한 자리를 한국당에 넘기기로 했다. 아직 어느 자리를 내줄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야 3당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 넘겨선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특위 활동 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당 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함께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온 야 3당과 어떠한 협의나 설명도 없이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라는 한국당의 떼쓰기에 굴복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정치개혁 논의 주도권이 한국당에 넘어간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히기 바란다. 그 출발점은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 특위를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의당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정의당에 양보할 것도 바라고 있다.

정의당과 평화당은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 이후 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다시 ‘더불어한국당’이라는 기이한 단어를 듣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에 대해 향후 어떤 복안과 의지가 있는지 하루빨리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평화당 대변인도 “무늬만 개혁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개혁 성공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우군이던 정의당과 평화당의 반발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정의당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애초에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 특위 위원장을 맡게 해준 것부터 엄청난 배려였다”며 “정의당은 자신들이 배려받은 것은 잊고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심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내려놓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전 교감이 충분히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 교체에 대해) 논의를 안 한 게 아니다. 진실 공방으로 가면 본질이 흐려진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균열이 개혁 전선 해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속에서 야 3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정의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지금 여당을 강하게 공격하는 것은 지지자 결집용인 동시에 민주당이 사개특위 대신 정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하게 하려는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두 자리 중 어느 것을 맡을지 고심 중이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주 목요일 전후로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