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이후 경기지역 노선버스의 물밑 움직임이 심상찮다. 파업 대신 임금협상을 택했지만 절반 정도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시작을 못했다. 버스요금 인상폭을 본 뒤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문제는 요금인상이 오는 9월에나 결정된다는 데 있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10월까지 협상 시한이 얼마 없다. 자칫하면 10월에 다시 버스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지역 노선버스 업체는 72곳 가운데 지난 1일부터 주52시간 적용 대상이 된 근로자 300인 이상 업체는 21곳(29.2%)이다. 내년 1월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50~299인 업체를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모두 64곳(88.9%)이 주52시간을 도입했거나 해야 한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이 꺼지지 않는 ‘화약고’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임금이다.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우려하며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반면 사업주는 소극적이다. 신규 인력 충원을 고려하면 임금을 올려 줄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임금협상 타결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들 업체 중 절반 정도만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른 곳들은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버스요금 인상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5월 버스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요금 인상안이 실제 적용되는 시기는 빨라도 9월이다. 노사 모두 가용재원이 얼마나 늘지를 모르다보니 선뜻 나서기 힘든 것이다.
여기에다 요금을 올린 뒤 협상을 하려면 시한이 촉박하다. 고용부는 노선버스 업계 사정을 고려해 3개월 계도기간을 뒀지만, 10월까지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준수하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다시 파업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갈등만 봉합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6개월 뒤엔 50~299인이 종사하는 43개 업체도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 오른다. 정부 차원의 측면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우선은 당장의 협상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