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전 남편 시신’없이 고유정 기소… 범행도구 등 증거 확보

입력 2019-07-02 04:04

검찰이 고유정(36·사진)을 살인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전 남편의 시신’ 없이 재판에 넘겼다. 살해된 전 남편 시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살해한 정황과 시신훼손 간접 증거로도 충분히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주지검은 1일 ‘고유정 전 남편 살해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고유정을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이라며 “계획적 범행으로 볼 만한 인터넷검색 목록과 물품구입 내역, 범행도구 등을 주요 증거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수사했지만, 고유정의 범행동기와 직접적인 살해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의 범행동기가 전 남편에 대한 적개심, 전 남편 자식을 현 남편 자식으로 만들려는 의도, 현재의 결혼생활 유지 등이 혼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고씨가 수사상황의 언론 노출을 문제 삼으며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10차례나 피의자를 소환해 설득했지만 계속 진술을 거부해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구입한 수면제 졸피뎀을 음식물에 희석해 전 남편 강모(36)씨에게 먹인 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5월 26∼31일 사이 이 펜션에서 강씨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부모 소유의 경기도 김포 소재 아파트에서 나머지 시신을 훼손해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구속 기소에도 불구하고 경찰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제주동부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징계 및 파면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지금까지 1만7000여명이 동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팀을 꾸려 제주경찰의 수사 과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전 남편 살해사건과 별개로 고유정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시간 제주교도소에서 고씨를 상대로 의붓아들 변사 사건 관련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묵비권 행사 여부 및 조사 내용은 수사 진행 중이므로 밝힐 수 없다”며 “몇 차례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