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시달리는 한전 “최소 사용자 할인혜택 폐지 검토”

입력 2019-07-02 04:08 수정 2019-07-02 18:38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키로 한 한국전력공사가 손실 보전을 위해 전기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주던 할인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도 전반적으로 손질키로 했다. 한전 수익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이 명분이지만 결국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전력공사는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사외이사들이 권고한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제도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분기 이미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올해도 7~8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해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개편의 목표는 전기요금 현실화다. 현재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돼 생기는 손실을 일반 국민이 낸 국가 재정으로 보전하지 않고 요금 현실화, 이용자 부담의 원칙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공개된 이사회 안건에는 “국가적 에너지소비 효율을 제고하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우선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이는 1단계(200㎾h 이하) 구간에 속한 전체 가구에 대해 2500~4000원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혜택이라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공제 혜택의 92.9%는 취약계층이 아닌 일반가구, 특히 1인 가구에 집중됐다.

필수사용량 제도를 폐지할지, 수정·보완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하반기에 전기사용량과 소득간의 관계 등에 관한 정밀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11월 30일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6월 30일까지 정부 인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필수사용량 제도가 폐지될 경우 한전은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누진제는 폐지하거나 계절별·시간별 요금제와 병행 운영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가구별로 전기소비 행태에 맞는 요금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역시 구체적인 운영방향이 나오지 않았다. 한전 측은 “산업용에선 이미 계절별·시간별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를 그대로 주택용에 적용할지도 검토해 볼 사항”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추가 예산은 올 연말 책정될 예정이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국회 심의에서 액수가 삭감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한전은 누진제 한시적 완화로 인해 3587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정부는 복지할인 혜택 분만큼의 353억원을 지원했다.

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