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일 이철우(사진) 경북지사는 취임식을 대신한 정례조회에서 직원들에게 큰절을 했다. 깜짝 놀란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하자 그는 “저는 4년 임시직이고 도청의 주인은 여러분“이라고 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각종 ‘다이어트’였다. 보조금 사업을 철저하게 평가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감사팀을 신설했다. 대여료가 월 500만원이 넘는 청사 대형 걸개그림을 내렸다. 도지사용 고급 세단 3대를 모두 처분하고 승합차 1대만 사용했다.
화려하던 경북도청이 겸손과 실용의 옷을 입게 됐다. 이 지사는 직원들과 당구를 치거나 자전거를 타고, 숲길 맨발로 함께 걸으며 ‘수평적 소통’의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공무원의 ‘열공모드’를 만든 것도 이 지사다. ‘화요일에 공부하자, 화·공 굿모닝 특강’ 코너를 마련, 공무원 누구나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듣고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업무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년 동안 그가 업무용 차량으로 달린 거리는 지구 3바퀴가 넘는 12만6000㎞다. KTX와 고속버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를 합하면 18만㎞나 된다. 23개 시·군을 모두 돌며 현장간담회를 하고,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방문해 경북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경륜과 인맥도 유효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원전 문제 등 지역의 큰 현안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를 각각 여섯 차례나 만났고 청와대를 수시로 찾아 비서실장, 수석비서관을 만났다. 중앙부처 장·차관을 14차례 만났고 국회를 16번 찾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움을 요청했다. 대담, 토론 등 방송 프로에 모두 46차례나 출연했다.
지난달 1818억원 규모의 ‘홀로그램 기술개발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경북도의 메가프로젝트가 하나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구미형 일자리’, 월급 받는 청년농부제, 1년간 4조 8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등으로 경북도정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지난 1년을 발이 닳도록 뛰었지만 도민의 삶은 여전히 어려워 송구스럽다”며 “해묵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벗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과감한 도전을 통해 혁신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