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잘 풀리면… 다음 회담은 8∼9월 평양이나 워싱턴

입력 2019-07-01 04:04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왼쪽부터)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정상회담을 하면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전개 방향과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포괄적 합의’가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해 난관이 예상되지만, 양측이 우선 실무협상을 빠르게 진행하는 데 합의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4개월 이상 소강상태였던 북·미 대화는 일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브리핑에서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며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북·미 협상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포괄적 합의는 사실상 북한 핵시설에 대한 신고 및 핵 동결·폐기 로드맵 등을 전체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으로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해 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셈법 변화를 요구해 온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앞으로 포괄적 합의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북한이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향후 협상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향후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포괄적 합의와 비핵화의 정의 및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에 대한 양측의 합의점 도출”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거듭 강조한 영변 핵시설 폐기가 협상 진전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강조한 것은 한·미 간 영변 핵시설 폐기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은 차기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차기 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시선이 집중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실무협상 결과를 감안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8~9월엔 추가 정상회담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연말까지 협상 성과를 내야 하는 김 위원장과 연말부터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에는 추가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실무협상의 비중이 커진 차기 정상회담이기에 개최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추가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미국 워싱턴이나 평양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만큼 다음 차례는 김 위원장이 미국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다만 한 정부 소식통은 “평양에서 열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적대국 수장을 심장(평양)으로 불렀다는 점과 현직 미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윈-윈 카드’라고 말했다.

최승욱 박세환 기자 applesu@kmib.co.kr